“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유재석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유재석을 알아보지 못했다. “TV 프로그램 중에 뭘 제일 좋아해요?” 유재석이 다시 묻자 “도티”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재석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도티가 뭐예요?” 2017년 9월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유재석은 도티를 몰랐지만 초등학생 사이에서 도티는 ‘대통령’이다. 2017년 EBS와 스쿨잼 조사 결과 초등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1위는 김연아, 2위는 세종대왕, 그리고 3위가 도티였다.
‘갓튜브’ 시대다. 한 달 동안 유튜브를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자는 19억명에 달한다. 미국 주간지 ‘버라이어티’가 고등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1위부터 6위까지 유튜버가 차지했다.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유튜버들에게 밀렸다. 국내에서도 전 연령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복잡하다. 바쁘고 정신없을 때, 식당에서 얌전히 밥을 먹여야 할 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불안감에 휩싸인다.
TV라면 차라리 낫다. 무엇을 하는지 눈에 보인다. 아무리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어도 방송사 사전 심의를 거친 내용이라 도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유튜브는 다르다. 누구나 ‘게이트 키핑’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돈까지 벌게 하면서 혁신을 이뤄낸 유튜브는 나쁜 콘텐츠도 거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청소년 1인방송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스스로도 인터넷 방송의 ‘부적절한 언어’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적 콘텐츠’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에게 유튜브가 위험한 이유는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7년 ‘엘사 게이트’는 미국의 부모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유튜브 키즈앱을 통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연관 영상으로 겨울왕국 등장인물들이 성범죄를 벌이고 마약을 흡입하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광고를 해온 아디다스, 마즈, 도이치뱅크, 캐드버리 등 기업들의 광고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물론 세상 모든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콘텐츠의 책임을 유튜브에 물을 수는 없다. 인터넷의 등장과 동시에 이런 콘텐츠는 언제나 논란이었다. 유튜브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10대에게 ‘퍼스트 스크린’이라는 점, 그리고 대놓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은은하게 선입견과 편견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건 혐오·차별 표현물이다. 지난해 세계일보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혐오의 파시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를 묻는 질문에 15.3%가 유튜브라고 답했다. 유튜브에서 혐오 표현들을 검색하면 ‘외제차에 혹해 떠났던 전 여친 참교육’ ‘김치녀 엿 먹이기’ ‘맘충의 최후’ ‘꼴페미 진상’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쏟아진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2018년 인터넷 방송에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 결과 112개 프로그램 중 성차별적 내용이 54건 나왔다. 이는 성 평등적인 내용(10건)보다 5배가량 많은 수치다.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리·헤이지니 같은 키즈 콘텐츠에선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적인 성 역할을 부추기는 내용이 적지 않다.
황고운 강선초등학교 교사는 “(대놓고 자극적인) 철구는 아이들이 별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겸한테 표현들을 배운다. 보겸은 재미있고, 멋지고, 나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주는 연예인 같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효진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율서비스팀 담당(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은 “교육을 할 때 특정 유튜버가 옳다 나쁘다 잘라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정인이 항상 비도덕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디어 뉴스 큐레이션 > 유튜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고리즘으로 본 유튜브의 미디어 지향 (0) | 2019.04.15 |
---|---|
버츄얼 유튜버가 뜬다. 지아(Gia on) (0) | 2019.04.04 |
지자체 정책홍보도 '유튜브'가 대세 (0) | 2019.03.18 |
네이버 뉴스에서 유튜브 영상 사라진다 (0) | 2019.02.10 |
정치인들 너도나도 유튜브 개설, 보좌관들 힘들어 (0) | 2019.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