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신문과 방송] 기자와 유튜브 by 최순욱

유튜브 전성시대다. 

 

길고 전형적이며 각종 규제
때문에 일정 수위를 벗어날 수 없는 기존 방송
대신 사람들은 내용과 형식이 다채롭고 지적,
시각적으로도 훨씬 더 자극적이며, 심지어 짧기
까지 한 유튜브 콘텐츠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8%의 응답자가 유튜브
사용자로 확인된 것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알 수
있다.1


 게다가 응답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유튜브
사용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 만큼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회 전체의 유튜브
선호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일은 비단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튜브는 인터넷 트래픽 분석업체 알렉사(Alexa.
com)가 일평균 방문자와 페이지뷰를 조합해
산출하는 전 세계 웹사이트 대중성(popularity)
순위에서 오랜 기간 부동의 2위(1위는 구글) 자리를
지키고 있다.2 10억 명의 사용자가 1분마다 400시간
이상의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매일 10억 시간
이상 동영상을 시청하는3
 유튜브를 제칠 수 있는
웹사이트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손에 꼽을 정도, 그나마 ‘개점휴업’
무지막지한 콘텐츠와 이용자 규모는 콘텐츠의
파급력과 막대한 광고 수익으로 연결됐고 이는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사람, 이른바 ‘유튜브 크리에이터’4

되고 싶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한 문제집 출판사가
초 · 중등생 학부모를 조사한 결과 자녀들이 선호
하는 직업 1위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꼽히기도
했다.5

 

 

014_커버스토리_해외 사례로 돌아본 ‘기자와 유튜브’_최순욱.pdf
0.20MB

 

 

유튜브에서도 ‘나는 왜 유튜버가 됐는가’,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크리에이터로
나선 이유’ 같은 제목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들
중 에 서 도 유 튜 브 크 리 에 이 터 에 도 전 하 는
사례가 나타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방송이나 신문 같은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가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의
커리어를 유지하는 동시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최소한 현재까지는)
드물다. 흔치 않은 사례라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영국의 피터 해드필드(Peter Hadfield)를 들 수
있다. 선데이타임스, USA투데이, 가디언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해온 그는 유튜브 초창기였던
2007년 ‘팟홀러54(potholer54)’라는 채널을 만들어
지구온난화 등 환경이나 과학과 관련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현재 이 채널은
16만 7,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전체
동영상 시청 횟수도 2,000만 번을 넘겼다.
필리핀의 방송기자이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래피 테시바 털포(Raffy Teshiba Tulfo)도 유튜브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식 채널인 ‘래피 털포 인 액션(Raffy
Tulfo in Action)’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 콘텐츠는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과 진행한
라디오 인터뷰의 원본 영상이나 정부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영상이다. 2016년 4월에 개설된 이
채널의 현재 구독자는 180만 명 이상이며 전체
동영상 시청 횟수도 8억 3,000만 번에 이른다.
그렇지만 기자가 본인의 이름이나 직함을 내세우며
유튜브 채널은 만들어놓되 이미 방송에 송출된
자신의 리포팅 영상만 올리거나, 몇 번 영상을
올리고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경우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뉴욕타임스의 저명 언론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Nicholas Kristof)는 2008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지만 모든 콘텐츠는
뉴욕타임스에서 본인이 리포팅한 기존 영상
그대로이며, 이마저도5년 전부터는 전혀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 않다.
BBC에서 다양한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앨리스
박스터(Alice Baxer)가 개설한 동명 채널의 상태도
이와 별다르지 않다. 2008년에 개설된 이 채널에는
110여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데, 전부
그가 진행했거나 인터뷰한 방송 영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런 걸 고려하면 10년간 구독자가
323명씩이나 모인 것도 용하게 보인다.